병주 이종락 선생의 「야좌(夜坐)」는 밤새도록 경서를 탐독하며 맞이한 새벽, 창밖의 풍경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하는 학자의 깊은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고요한 밤의 침묵을 깨고 내리는 눈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매화와 대나무의 대비는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변치 않는 가치를 추구하려는 시인의 의지를 드러냅니다.
夜坐 (야좌)
繙經坐五更 (번경 좌오경)
窓外雪崢嶸 (창외 설쟁영)
艶艶梅含笑 (염염 매함소)
蕭蕭竹有聲 (소소 죽유성)
霜冰曾所戒 (상빙 증소계)
猿鶴且尋盟 (원학 차심맹)
愛而松晩翠 (애이 송만취)
倘記歲寒情 (당기 세한정)
경서 읽다가 새벽까지 앉았더니
눈발이 내리네
곱디고운 매화는 미소 짓고
쓸쓸한 대나무는 울었네
서리가 오면 추워진다는 이치
세상의 변화를 경계하네
원숭이와 학처럼 맹세를 새기며
세상의 추위를 이겨내네
저 소나무는 늘 푸르름을 지켜
세상의 싸늘함에도 푸름을 잃지 않네
"경서 읽다 새벽 맞으니, 창밖 눈발 흩날리네." 밤이 깊도록 책에 몰두한 시인의 모습에서, 진리를 향한 끊임없는 열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독서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삶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고독한 여정입니다. 창밖으로 흩날리는 눈발은 이러한 내면의 탐구 과정을 더욱 고요하고 깊이 있게 만들어 줍니다.
"고운 매화 미소 짓고, 쓸쓸한 대나무 울먹이네." 눈 내리는 새벽의 풍경 속에서 피어난 매화는 춥고 어두운 겨울을 견디고 마침내 봄을 맞이하는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 눈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의 모습은 겨울의 쓸쓸함과 고독을 느끼게 합니다. 이처럼 아름다움과 슬픔, 생명력과 고독함이 공존하는 풍경은, 세상의 변화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감정과 삶의 양면성을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서리 오면 추워지는 이치, 세상 변화 경계하네." 서리가 내리면 날씨가 추워지는 것은 자연의 순리입니다. 시인은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통해 세상의 변화 또한 예측할 수 있으며, 늘 경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함을 깨닫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과 생명력에 취해 방심하는 순간, 우리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원숭이 학처럼 맹세 새기며, 세상 추위 이겨내네." 시인은 원숭이와 학의 굳건한 맹세처럼, 어떠한 어려움과 시련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합니다. 원숭이와 학은 각각 지혜와 고결함을 상징하며, 이들의 맹세는 시인의 강인한 의지를 더욱 강조합니다. 변화하는 세상의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변치 않는 가치를 추구하며 꿋꿋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저 소나무 늘 푸르름 지켜, 세상 싸늘함에도 푸름 잃지 않네." 소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푸른 잎을 잃지 않는 영원함과 불변함을 상징합니다. 시인은 소나무처럼, 세상의 어떠한 어려움과 시련 속에서도 자신의 순수한 본성과 이상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치 않는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이라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병주 이종락 선생의 「야좌」는 새벽까지 경서를 읽으며 자연의 변화를 통해 삶의 지혜를 얻는 학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눈 내리는 겨울밤의 풍경 속에서 피어나는 매화와 대나무의 대비, 그리고 소나무의 푸르름은,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변치 않는 가치를 추구하며 꿋꿋하게 살아가려는 시인의 의지를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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